볼륨 전쟁
2011.01.15 04:34
먼저, 이 글은 닥치고 볼륨부터 올리고 보자는 작금의 현실에 대하여 적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설명글이 되겠습니다만 여기에 적은 이유는 다른 분들의 의견도 좀 듣고 싶기 때문입니다.
볼륨 전쟁이라는 표현을 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바로 알아채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각종 매체로 나오는 음악들은 볼륨을 높이는데에 주력한 경우가 많습니다. 뭔가 이상할 정도로요.
그런데...그렇게 계속 한계까지 올려대면서 도대체 "왜 올려야 하느냐" 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프로 엔지니어에게도 해당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그 "왜 올려야 했느냐".
그 이유의 첫번째는 잡음 제거를 위한 행동에 있습니다. 음악은 현장에서 직접 듣지 않는 한 레코딩된 소리에만 의존하여 전파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레코더로 녹음을 한 경우에는 아무리 기를 써도 인간의 귀를 넘어서는 다이나믹 레인지(주1)를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과거 아날로그 기반의 매체는 잘해봤자 6~70dB정도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가집니다. 가장 큰 소리를 1dB로 보자면 -70dB의 소리까지 표현할 수 있고 그 이하에서는 항상 잡음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날로그 테이프 매체가 가지는 히스잡음은 화이트노이즈와 상당히 유사하여 거슬리는 소음이 됩니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게인을 올려 마스킹 효과로 덮어버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일차적인 볼륨 상승 이유가 됩니다. 단순하게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날로그 매체에서는 매체 자체가 가지는 볼륨(≒gain)이 크면 클수록 잡음이 적게 느껴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게다가 마스킹 효과를 위해서는 30dB이상의 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저의 소리는 -70dB가 아니라 -40dB가 됩니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리의 범위가 40dB라는, 실제 소리와 비교해서 극단적으로 좁은 영역으로 압축되면서, 다이나믹 레인지를 좀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아날로그 장치는 관용도(latitude) 라는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음향 장비에서는도 물론 관용 범위가 있어서 최저 잡음 이하는 잡음에 묻혀서 쓸 수 없지만 최고음 이상 10~20%정도는 큰 왜곡 없이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여유분은 왜곡을 줄이기 위해 남겨놓은 구간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는 사용해서는 안되지만 이 부분은 실제로 쓸 수 있는 부분이었고 테이프에도 물론 이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다이나믹 레인지 중반에 걸쳐서 볼륨을 설정하는 것보다 피크 이상의 값이 생기더라도 볼륨을 키우는 편이 다이나믹 레인지를 더 넒게 쓸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은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상대적으로 볼륨이 작은 것 보다 큰 것을 훨씬 좋게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특정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느낀다는 겁니다. 그렇게 느끼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주2)가 있습니다만, 음량이 컸다가 작아지면 싫어하지만 작았다가 커지면 좋아합니다. 음악은 이미 긴 기간 동안 상업적인 상품으로 팔려 왔습니다. 따라서 판매량은 무조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가 됩니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음량보다 큰 음량을 좋아합니다. 다른 가수의 음반이 음량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더 잘 팔리면 이쪽이 손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큰 음량으로 출시를 하면 됩니다. 그렇게 "조금 더 크게"를 외치며 점점 커진 음량은 최근에는 도를 넘어 자극적인 클리핑이 직접 들릴 정도로 적나라한 고음량으로 출시된 음반도 종종 보일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첫번째 이유는 타당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음원은 히스잡음이 전혀 없는데다가 다이나믹 레인지가 100dB에 달하는 현재로서는 저런 행동을 해야 할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이유가 거의 90%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디지털로 넘어온 음반 시장에는 아직도 볼륨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주1 Dynamic Range - 다이나믹 레인지는 최저신호와 최대신호의 차이를 나타내는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표현 가능한 최저 신호를 1dB로 잡았을때 최대 신호가 최저 신호보다 얼마나 큰가" 로 볼 수 있습니다. 최저 신호를 아무리 낮게 잡는다고 하더라도 각 매체나 기기가 가진 최저잡음 이하의 신호는 잡음에 묻혀 버리기 때문에, 다이나믹 레인지는 보통 신호대잡음비(SNR : Signal to Noise Ratio)로 표현됩니다.
참고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와 가장 큰 소리의 차이는 130dB에 달합니다.
주2 베버의 법칙 Weber's low - 자극을 받고 있는 감각기에서 자극의 크기가 변화된 것을 느끼려면 처음에 약한 자극을 주면 자극의 변화가 적어도 그 변화를 쉽게 감지할 수 있으나 처음에 강한 자극을 주면 자극의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약해져서 작은 자극에는 느낄 수 없으며 더 큰 자극에서만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법칙이다.
[출처] 베버의 법칙 [Weber's law ] | 네이버 백과사전
얼핏 듣기에 볼륨이 커지는 것에 대해 무슨 문제가 있느냐 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무작정 볼륨을 올리는 것은 기껏 쓸 수 있는 다이나믹 레인지를 다 버리고 좁은 영역만 쓰는 셈이 됩니다. 아니, 최근 와서는 다이나믹 레인지가 100dB에 달한다는데 뭐가 좁다는거야...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볼륨을 계속 올리다 보면 실제 사용 가능한 다이나믹 레인지는 계속 좁아집니다. 최저 음량이 높아졌으므로 상대적으로 최고 음량과의 차이가 줄어드니까요. 볼륨이 커지면 우선 듣는 사람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마 듣기 좋을 정도까지 음량을 낮출겁니다. 그렇게 시끄러운 곡을 듣다가 음량이 작은 곡이 다시 나오면 볼륨을 올릴까요? 그냥 "곡이 좀 밋밋한게 이상하구나"하고 넘어갈겁니다. 그냥 그 곡 하나 망치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고 같이 듣는 다른 곡에까지 피해가 간다는 거지요.
딱 보기에도 뭔가 이상하죠? 왜 파형이 이다지도 빈틈없이 꽉꽉 차 있을까요?...
1:1로 확대해 보면 확실하게 그 피해가 드러납니다.
좁아진 다이나믹 레인지에 고음량을 쑤셔넣기 때문에, 클리핑 문제가 생깁니다.
클리핑은 피크 이상의 신호가 입력되었을때 그 이상의 값이 무시되고 평평한 신호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각종 이펙터들이 꾸역꾸역 좁은 영역으로 신호를 쑤셔넣고 있습니다.
이게 이걸 만든 사람이 내고자 했던 원래의 소리일까요...?
다른 곡을 한번 더 봅시다.
이전의 파형과 달리 충분히 여유 영역이 보입니다. 음량이 큰 부분과 작은 부분도 확실히 구별이 됩니다.
1:1로 확대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분명히 위쪽 파형이 비정상적이지만 실제로 듣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음악이 참 파워풀하구나....신나는구나....
그다음 아래의 곡이 나오면...
뭐가 이리 심심해..
결론적으로 거의 99% 디지털 음원으로 진입한 현재로서는 볼륨을 그렇게 미칠듯이 올릴 이유가 없습니다.
매체 자체의 볼륨을 낮추고 유저가 직접 음량을 원하는만큼 높이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고 좋은 소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실...누가 뭐라고 해봤자 어떻게 하느냐 마느냐는 어디까지나 만드는 사람 맘이기 때문에...
그저...혹시나 지금까지 마스터링의 목적을 "음량을 높이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분들이 있었다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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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직접적으로 노이즈가 들리지 않는한 클리핑에 대해 모를수밖에 없습니다.
다이나믹 레인지를 희생하더라도 마스터링시 클리핑이 들리는 디스토션으로 나타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 음압을 뽑는건 전세계적 추세인것 같구요.
듣는 사람 입장에선 곡마다 볼륨이 일정치 않으니 볼륨 노멀라이저를 쓰는 선에서 타협하겠죠.